12명의 성난 사람들

1957년작 흑백영화. 개인적으로 민주주의의 힘에 대한 영화로 읽혔다.

[이하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초반, 12명의 배심원 중에서 11명이 유죄, 1명이 무죄를 주장한다. 대충 끝내고, 자기 일 보려고 하던 배심원들은 누가 봐도 명백한 유죄에 대해서 왜 무죄라고 하느냐고 그 사람에게 묻는다.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Just let’s talk” 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 좀 해보자는 것이다. 자기도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신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같이 이야기를 좀 해보자고 한다. 1시간만 이야기를 해보자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12명의 배심원간의 대화는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집단 지성이 발휘되어 재판의 증거들이 정교하게 검토되는 것을 보여준다. 11:1 에서 9:3, 6:6으로 치열해지던 공방은 결국 만장일치 무죄로 마무리된다.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때 더 좋은 의견을 생성하고 점점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흔히, “대안을 갖고 이야기하라” “초안을 만들어 이야기하자” 이런 접근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그 대안은 누군가가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초안을 토대로 회의가 진행될 때, 초안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초안의 검토, 피드백 등의 뻔한 수순을 밟게 된다. 이런 문화는 함께 이야기하면서 최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서로에 대한 신뢰의 결여에서 비롯된다. 또한 그런 것을 잘 해낼 수 있는 훈련의 부족을 반증한다.

중요한 문제, 이슈가 명확한 문제에 대해서 “Let’s talk”, “각자의 생각을 나눠보자” 하고 자유롭게 열어둘 수 있는가? 조직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점.

이 글은 2013년 09월 16일 Mon. 23시에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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