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싸워서 얻었다. 너희도 싸워라"
96년이니까, 약 15년 전이다.
제대하고 혼자 여행을 했는데, 군대 시절 장교 휴양지 관리병으로 일하던 추억을 추억하고 싶어서 부산 송정 해수욕장에 갔었다.
그 땐, 나름대로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배우는 열정이라고 합리화하면서 거리에서건 버스에서건 외국인 보이면 말 걸어서 영어로 대화하고 막 그랬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철없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그 날도 그런게 발동해서 아마도 여행을 온 것으로 보이는 한 외국인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대화를 시작했다. 그 때 영어로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무슨 말을 서로 주고 받았는지는 선명하게 기억한다.
이야기해보니, 프랑스에서 왔다고 했다.
근데 모습이 한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다. 그래서 어떻게 오게 되었느냐. 물어보니
휴가를 받아 세계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휴가가 얼마나 되느냐 물어봤다.
5주 휴가란다.
여름 휴가라고 해봐야 많아야 일주일 보통 2~3일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휴가를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더니,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5주 정도 여름 휴가를 간다고 했다.
한국은 많아야 일주일 정도인데, 많아서 좋겠다.. 뭐 이런 투로 이야기 한 것 같은데…
그 분 대답이 선명하게 가슴에 꽂혔다.
“우리는 싸워서 얻었다. 너희도 싸워라”
그 이후에 서로 사진도 찍고, 더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진 것 같은데, 딱 여기까지만 기억에 남아 있다.
그 때 내 마음속에 들었던 생각도 선명하다.
부.끄.럽.다.
마냥 열심히 사는 것을 미덕으로 알던 나의 마음을 일깨운 사건 중의 하나였다.
혁명의 나라, 왕을 단두대에 세우는 국민들.
피흘림으로 일궈진 인권에 대한 분명한 정치적 인식을 모든 국민들이 갖고 있는 나라.
프랑스가 어떤 나라인지 각인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거리에서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폐휴지를 힘겹게 모으고 있는 광경속에 자신의 어두운 미래를 보아도,
날마다 야근에 주말 특근을 해대며 누군가의 종으로 사는 삶이 끝도 보이지 않게 계속 되어도,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이 정치꾼들의 이해관계속에서 놀아나도,
그저 다른 사람 맘 상하지 않게 좋은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면서, 웃는 얼굴 속에 불안을 담고 살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지,
왜 싸우지 않는지,
그 프랑스 아저씨는 이런 우리나라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자 정책에 반대하는 프랑스의 총파업 기사를 읽으며 떠오른 생각이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20337
이 글은 2010년 10월 27일 Wed. 09시에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