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은 ‘무서운 망태 할아범’ 같은 것!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물가 안정)이 경제 정책 방향의 최우선 목표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자유시장주의자들에게 던지는 장하준 교수의 한마디가 시선을 잡았다.
"인플레이션은 장기적 안정, 경제 성장, 그리고 인류의 행복을 희생해서 금융 자산 보유자들에게나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려는 사람들이 대중을 겁주기 위해서 사용해 온 '무서운 망태 할아범' 같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망.태.할.아.범.
바로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겁줄 때 자주 인용하는 그 할아버지다.
'망태할아버지 온다~~' 하면 아이들은 겁먹고 울먹거리면서 만사 제쳐놓고 고집을 꺽는다.
그 맛에 아이들이 고집 피울 때 자주 써먹었었다.
물가를 잡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당국자들의 이야기.
그것이 바로 이 망태할아범 같다는 것.
그 이야기에 감춰진 비밀이 무엇일까? 책속의 아래 문장들에도 밑줄을 그어 뒀다.
결론은 '금융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물가 안정이 경제 안정도를 측정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물가 안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제 안정의 지표도 아니다. 사람들의 삶을 흔드는 가장 큰 사건은 일자리를 잃거나, 하는 일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 혹은 금융 위기가 몰아닥쳐 집을 차압당하는 것들이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물가가 오르는 것은 위 사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히 말해보자. 물가상승률이 2퍼센트일 때와 4퍼센트일 때의 차이를 느낀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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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정책 패키지로도 알려진 자유시장 정책 패키지의 일련의 정책들은 낮은 인플레이션, 자유로운 자본 이동, 그리고(노동시장 유연성 이라는 미사여구로 표현되는) 높은 고용 불안정성 등을 중시한다.
기본적으로 금융 자산 보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 정책들이 입안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금융 자산의 수익은 대부분 명목상 고정되어 있어 물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편,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금융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노동자들의 고용, 해고 절차를 쉽게 하면 기업들의 구조 조정이 더 쉬어져서 당장 보기 좋은 대차대조표를 만들기가 용이해지므로 기업 매매가 원활해져 높은 금융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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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생각하며 읽어야 할 글귀가 많은 책이다.
이 글은 2010년 11월 15일 Mon. 12시에 작성하였습니다.